비가 온 뒤에 나는 흙냄새는 우리가 흔히 느끼는 상쾌한 향으로, 페트리코르(Petrichor)라고 부릅니다. 이 냄새는 비가 내릴 때 흙 속의 특정 물질들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발생합니다. 그 중 핵심 성분은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물질입니다. 지오스민은 흙 속에 사는 방선균(Actinobacteria)이라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비가 내리면 흙 속에서 지오스민이 풀려나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갑니다.
비가 오기 전까지 지오스민은 흙 속에 갇혀 있다가, 비가 내리면서 흙 속으로 스며든 물방울들이 지표면을 두드리면 흙 속에서 공기 중으로 튀어 오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지오스민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우리가 그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지오스민은 매우 민감한 후각을 자극하는 특성이 있어, 아주 소량만 있어도 우리는 그 냄새를 쉽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가 온 후에는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냄새 분자가 더 쉽게 우리 코에 닿게 됩니다. 이 때문에 비가 온 뒤 지오스민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페트리코의 구성 요소는 지오스민뿐만 아니라, 식물이나 나무에서 나오는 오일 성분도 포함되어 있어요. 비가 오기 전, 오랜 기간 동안 마른 땅에 남아있던 식물 오일이 비에 의해 씻겨 내려가면서 독특한 냄새를 만들어냅니다.
페트리코가 상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인간의 진화와 관련이 있어요. 먼 옛날, 인간은 비가 오는 시기에 더 풍부한 식량과 물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 온 뒤 나는 냄새를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며,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