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증명'은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할 때 사용됩니다. "악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세요"라고 한다면, 악마를 실제로 보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일입니다. 만약 내가 악마를 데리고 와서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정말 악마가 있구나!”라고 믿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악마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악마가 정말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이 세상의 모든 장소, 모든 시간대를 다 확인해야만 하기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이 “저는 악마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모든 장소를 샅샅이 뒤져봐야 합니다. 산, 바다, 하늘, 숲속, 깊은 동굴, 심지어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사막이나 극지방까지 모두 확인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악마가 지구에 없다고 해서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악마가 다른 행성이나 차원, 또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공간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이제 우주의 모든 행성과 차원까지 다 확인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모든 시간대에서도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정도로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죠?
이렇게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무한히 많은 장소와 시간대, 상황을 모두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부재의 증명”, 즉 “어떤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악마의 증명을 일상생활에 적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200살까지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 비교적 쉽습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200살이 되면 되는 거죠. 출생 기록, 가족이나 친구들의 증언, 사진, 비디오 등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그 사람이 200살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만약 200살 된 사람이 직접 TV에 나와서 인터뷰를 한다면, 사람들은 “정말 200살까지 살 수 있구나!”라고 믿게 되겠죠.
하지만 “어떤 사람도 200살까지 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걸 증명하려면, 지금 살아 있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을 다 확인해야 해요. 각 나라의 인구를 전부 조사해서 200살 넘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고,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록도 모두 살펴봐야 하죠.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미래에도 200살까지 사는 사람이 없을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 관련된 증거를 보여주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쉽지만, “어떤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하고 모든 가능성을 다 확인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악마의 증명”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